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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산행후기

가지산과 석남사...그리고 정월 대보름.

 

(노포동 종합버스 터미널)

 

딩동댕~ 딩동댕~...

부드러운 왈츠가 머리맡의 휴대폰에 전율을 느끼게 하자

반사적으로 나의 손이 가고..그다음엔 눈을 비비게 된다.


2월 12일..

오늘은 일요일이고 대보름, 그리고 산행하러 가는 날.

어젯밤 늦게 챙겨놓았던 배낭에 호랑이약도 작은 주머니에 담고나서

마지막으로 청록색 등산화를 신으며 오늘 하루의 채비를 갖추게 되었다.


교통카드, 차비, 기타 비상금...

그리고 식수와 커피보온통도 챙겼는지 확인하고 나서야 스틱을 들고 대문을 나서게 되었다.


조금 일찍 일어난 탓인지 노포동 종합버스 터미널에 도착하고 나니

얼떨떨한 상태에서 조금은 정신이 깬 것같다.

 

 

(가지산 입구 등산로 안내판)

 

언양 터미널에서 307번 버스로 갈아타고 종점에서 내리니 옆에는 석남사 입구가 보이고

곧바로 가지산으로 가는 등산로 안내판이 보인다.

 

 

(산행 들머리 )

 

오늘은 제법 산행하는 분들이 많이 있던데 모두들 무릅을 꿇고 등산화를 매만지고 있다.

무슨 일인가 하여 이리저리 살피다가 앞을 보니...

아이고...이를 어쩔까나....


경남지역엔 그리 추운 날씨는 아니라고해서 어젯밤 일기예보도 재확인하고

지난번 지리산 눈산행때처럼 모든 장비를 넣어온 것 같지 않았는데...

 

스패츠는 없더라도 아이젠은 되도록 착용해야 될 것 같은 예감이

파바박하고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오늘 산행은 아마도 정상에 올라가기전 포기하고 내려올지 모르겠다는

불길한 예상도 하게되었다.


근디...

하필 이럴 때 有備無患이라는 사자성구가 또 재빠르게 머리를 스치는 것은

또 머람..... 오늘 니 한번 시끕해봐라 하는 예시를 나타내심인가??

 

 

(산을 오르면서.. 잠깐 휴식하며 들러본 산세)

 

초반에는 조심조심하면서 천천히..무난히 산길을 올랐다.

11시 25분경에 커피 한잔 마시면서 옆에 우뚝 서있는 산들을 슬쩍 쳐다보니

눈쌓인 가지산 능선이 들어온다.


잠시후엔..

오늘 고생깨나 좀 하겠구나 하는 한숨.

 

그래도 발이 푹푹 빠지고 고생깨나 했던 몇주전의 지리산 눈산행때도

아이젠을 잃어버리고도 잘 다녀왔다는..가슴에 긴 쉼호흡을 들이쉬는

자신감(?)이랄까 자만심(?)이 잠시나마 얽히고 섥혀었다.

 

 

(깔딱고개를 향해..)

 

평소에는 무난하게 올라갈 수 있었던 깔딱고개도 조심조심.  얼어있는 곳은 가급적 피하면서

처음으로 가지산 정상의 이정표가 보이는 곳에 도달했다.

 

아직 갈길은 멀지만... 여기 올라서니 그래도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산능선에 자리잡은 대피소(?), 휴식처에서..)

 

오르는 산행객들은 대부분 동동주나 먹거리들을 하나씩 챙겨드는 쉼터에서 겨울산을 오르느라

발에 달린 피로감을 잠시 잠깐 잊어들본다.

 

나도 여기서 또 조금 숨을 돌려보면서 주변의 능선들을 감상해본다.

 

백설이 뒤덮인 산들을 둘러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탁 트임을 느끼게 된다.

그냥 가슴만이 아니라 억눌렸던 어떤 장막이 걷히는 느낌...

산행을 해본 이는 아마 나와 같은 느낌도 한번쯤 가졌으리라..

 

 

(산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여기서인가...

산을 내려오면서 어떤 산행인이 그러시던가..

아마도 3~40분만 더가면 정상이라고.

 

작년 가을산행때는 한 20분만에 정상에 갔었던 장소였던 것 같은데..

겨울이다보니 좀 지체되는 감이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정상을 코앞에 두고..)

 

가지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산행인들이 마치 개미와 같은 행렬을 짓고있다.

조금있다가 나도 저 대열에 끼겠지.....


조금 떨어져서본 정상은 거리가 얼마 안되여 보였지만

아이젠 없는 눈길이 되다보니 오르는데도 다소 시간이 걸린 것 같다.

 

 

(가지산 정상에 도착..)

 

정상에 도착한 시간은 1시 20분이 조금 못되었던 것같다.

 

하지만...

그래도 정상에 올랐으니 흔적은 담아가야겠다는 생각에 정상석의 모습이나마 담아가려고 하는데

먼저 당도한 사람들이 정상석을 중심으로 왔다갔다 하는 바람에

간신히 사람이 가리고 있지 않은 틈을 타서 한 컷하는데 성공..


잠시 숨을 돌리면서..

따끈한 커피 한잔을 들이키며 정상아래 신불산,간월산으로 가려는

산꾼들을 한참 지켜보았다.

 

올 여름엔 영남알프스도 구간종주 해볼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올라올때는 어찌어찌하여 별탈없이 올라왔지만

아이젠도 없이 겨울산을 내려가기엔 또 고민이 생겼다.

 

산은 내려가는 길이 더 중요하고.. 하산하는 눈길은 더욱더 미끄러울텐데....

 

 

 

 

(쌀바위까지 당도해서...)

 

다행히도 내려오는 길중엔 험한 곳에는 로프가 있어서 몇곳은 로프에 의지하고 내려오기도 했다.

한참을 내려오다보니 어느덧 쌀바위가 있는 곳..

앞에 정상에서 내려간 이들 중에 많은 분들이 자리잡고 있다.

 

쌀바위(米岩)의 전설은 사진을 참고하시면 대충 아실 수 있을 것이다.

 

 

(귀바위,상운산 가는 길목에 도착.)

 

잠시 벤치에 앉아서 그동안 산길을 걸으면서 힘이 들어갔던 발목과 손목에 긴장을 풀면서

하늘과 산, 그리고 산아래 마을들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때 시야에 들어온 어느 청년회의 팻말이 눈길을 끈다.

“누구나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지만........산꼭대기를 볼 수 없습니다.”

 

무척 의미심장한 문구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최고를 지향 하기위한 우리의 피나는 노력을 암시하는 것은 아닐까...

 

 

(석남사로 내려오는 길....)

 

오늘은 귀바위와 상운산 가는 길은 생락하고 조금 하산하다가

곧바로 석남사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정상에서 산행인들이 하는 이야기중 석남사쪽으로 내려가면

길이 무척 험하다고 하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별 탈없이 내려오다가도 석남사로 내려오다가 몇 번에 걸쳐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하산길중 일부분이 좀 험했고 하산완료 시점에서는 그런대로 한 숨을 돌리며

내려올 수가 있었다.

 

 

(석남사를 거치며 청운교를 지나며....)

 

산길을 다 내려와서 이제는 청운교를 지나면서 석남사의 여운을 느끼려고 해본다.

 

석남사는 가지산(원래는 石眼山이라고도 한다)의 남쪽에

자리하고 있다하여 石南寺라 부르게 되었다한다.

 

그리고 지금은 비구니들의 도량으로 널리 알려져있다.

 

 

(석남사를 나서기전....)

 

석남사를 나서기전 도량입구를 마지막으로 담아보고 오늘의 가지산(,石眼山)산행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석남사에서 나오기전에 누군가 쌓아놓으신 돌탑에 나도 넓은 돌하나

얹어놓고 오늘 대보름을 맞아 소원 한가지를 올렸다..

‘고마...올해는 매사가 술술 잘 풀리기를.....’

 

특별한 원을 담은 것도 아니지만.. 우리네가 담는 평범한 소망의 하나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정월 대보름달도 보고 달집태우기도 보고....)

 

노포동에 오는 직행버스를 타고 돌아오면서 달집태우기하는 광경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물론 간혹 소방차도 눈에 띄곤 하였지만...


터미널에 도착해서 두둥실 떠오른 대보름달을 담으면서 가지산과 석남사...

그리고 보름달이 두둥실 떠올랐던 정월 대보름의 영남알프스 산행을 마쳤다.

석남사 도착이 4시 16분..산행시간만 6시간정도.. 


지금은 너무 늦은 시각이다.

얼렁 자야겠다.

 

 

 

글 / 클라리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