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억의 산행후기

천성산의 칼바람과 계곡산행.

 

(석계에 있는 오경농장을 지나서..)

 

 

(용주사에서 약수 한 모금.)

 

근래에 와서는..

부산 양산을 벗어난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느라 한동안 찾지 못했던 천성산.

 

부산에 살면서 근처에 있는 가장 큰 아름다움을 간직한 천성산에 다시 찾아 가고픈 마음에

주말은 강풍이 불 것이라는 전날의 일기예보는 단순히 내 귓전을 맴돌고 있을 뿐이다.

 

산행 전날.

사정상.. 너무 늦게 집에 도착한 까닭에 찬찬히 확인은 못하고

마치 야밤도주할 사람이 황급히 보따리만 챙기는 像으로 배낭을 꾸려 놓은 꼴이 되고 말았다.

 

아침 일찍 명륜동 지하철역 앞에 도착헸지만 산행하러 떠나는 이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명륜동에서 차를 타고 석계근처 한성아파트(옆에 오경농장) 앞에서 내리니 찬 바람에 손등이 시렵다.

 

오늘 산행들머리가 될 용주사에 들러 맑은 약숫물을 한 잔 마시고 나니 가슴이 시원하다.

조금은 마음이 어지러웠던 간밤이었지만 상쾌함으로 가득찬 숲속 공기가 정신도 맑게한다.

 

이내 배낭을 메고난 후 스틱을 가지고 발걸음을 떼려는 순간..

숲속의 커다란 소나무사이에서 잔잔한 명상음악이 막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아마도 용주사에서 설치한 스피커에서 나오는 아침 명상음악인 것 같다.

계곡물 흐르듯이..구름이 흘러가듯이..

 

 

 

 

(지푸네 체육공원을 막 지나면서..)

 

 

(산행길 오른쪽에 쌓여있는 수많은 돌탑.)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허연 천에 검은 글씨의 현수막이 눈길을 끈다.

 

산 아래 계시는는 동민들이 걸어놓은 듯한데..

 

천성산의 아름다움과 빼어난 산세에 모여든 지각없는 산행객들중 천성산에 선물(?)을 남기고 가는 바람에

오죽했으면 이런 플랭카드가 걸려 있을까 하는 마음에 좀 씁쓰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곳은 상수원 보호구역이기도 한데..

 

아마도..

돌탑을 쌓으면서 자신의 소망을 기원하는 이들은 당연히 천성산을 사랑하는 마음도 담겨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그런 분과 천성산을 보호하시는 분들에게는 천성산이 자신을 수호하는 산도 될 것이라는 생각도 가져본다.

 

돌탑을 지나치면서 몇몇 아지매들이 노랗게 핀 산수유를 보시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꽃샘추위가 한번 더 올거라고 하지만 확실히 봄은 봄인 모양이다.

 

조금 더가니 화엄늪으로 바로 올라 가는 길이 나오는데..옆으로 한 적한 길이 보인다.

오늘은 시간도 충분한 만큼 조금 돌아가고픈 생각도 든다.

 

가끔 시그널이 있는 곳도 있지만 산비탈을 타고 둘러가다 보니 길이 끊어진 곳도 있다.

앞에는 앙상한 나뭇가지와 수북히 쌓인 낙엽만이 길손의 발걸음을 기다린다.

 

푹신푹신한 카페트를 밟는 느낌이 전해온다.

이곳은 따뜻한 지방이어서 낙엽밑에 얼음이 깔려있진 않은 것 같고..

 

얼마동안 산비탈을 지나 산행길로 들어서니 산행 시작시 보다는 훨씬 많은 분들이 올라가고 계신다.

 

 

 

 

(화엄늪 습지 보호구역을 지나며..)

 

 

(좌측은 천성2봉 가는 길..우측으로 500m쯤 가면 화엄늪)

 

천성산 습지의 중요성이 알려지고 보호시설도 더 갖춰진 광활한 화엄늪 습지 보호구역.

 

그 어느 계절에 와도 가슴이 탁 트이는 광활한 화엄늪이지만..

특히 가을에는 푸르른 하늘아래 누런 억새로 넘실대는 이곳 화엄늪은 정말로 장관이다.

 

화엄벌 산행을 하면서 느껴보는 감정이 오늘도 여전히 내 마음 한 켠에서 넘실거리고 있다.

 

칼바람이 부는 휴일이어서 그런지 예전처럼 많은 산행객은 보이지 않았지만

화엄벌은 언제나 변함없이 나와 우리 모두를 반겨주는 곳이다.

 

이제 천성2봉에 가려면 은수고개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 좌측으로 올라가도 바로 정상이다.

정상에 올라가면 하산하는 길은 많으니..

 

 

 

 

(정상석은 담아 오지 못하고..)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보면서...)

 

정상에 오르는 동안 삼삼오오 또는 단체로 오신 산행객들이 옹기종기 앉아 식사를 하신다.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이 오고가며 산행의 기쁨을 더해 주는 것 같다.

 

정상에 오르니 생각보다 산행객들이 꽤 있다.

세차게 바람은 불었지만 그리 쌀쌀하고 춥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정상에는 촬영 순서(?)를 기다리는 분들이 많아서 오래 기다릴 수 없어 주변 풍경만 조망했다.

눈이 시릴만큼 새파란 하늘과 어깨동무하고 어울려있는 천성산의 줄기들을..

 

내원사로 하산할까 아니면 법수원으로 하산해볼까 생각하다가

오늘은 시간이 충분한 것 같아 법수원이 있는 계곡쪽으로 하산하기로 한다.

 

 

 

 

(계곡으로 내려와서..)

 

 

(수량이 그리 풍부하지 않아도..)

 

천성2봉에서 바로 내려와 계곡으로 향하는 길을 찾고 있을 때..

한 무리의 아지매들이 따라 오면서 물어온다.

 

"아저씨..미타암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합니까??"

"아..예..그쪽 길로 쭉 가시면 미타암이 나옵니다."

"아저씨도 미타암으로 가십니꺼??"

"전 지금 딴 길을 찾아 보느라.."

 

갑자기 깔깔대면서 웃으시는 아지매들을 뒤로하고 미타암쪽으로 가는 길에서 계곡쪽 길을 찾아봤다.

미타암쪽으로 가기전 조금 평이한 산 비탈을 타고 계곡을 향하게 된다.

 

산비탈이라지만 그리 험한 길은 아닌 듯 싶고 아래로 내려올수록 산죽이 펼쳐져있다.

계곡이 가까워져서 인지 바윗돌을 하나 둘 밟으면서 내려오니 멀리 시그널도 하나 보인다.

그리 험한 길은 아니어서인지 다른 분도 충분히 내려올 수 있는 비탈이다.

좀 자주 오르내리면 산행로도 하나 만들어 낼 수 있을것 같은 느낌이다.

 

계곡을 타고 내려오다가 산행길도 타다보니 잠시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지난 번 지리산에서 대원사로 내려오면서 오른쪽으로 계곡을 끼고

양쪽에 산죽이 있는 길을 내려온 것이 마치 지금 지리산을 하산하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절벽 사이에 꽁꽁 얼어 붙어서 아직 녹지 않은 듯..)

 

 

(계곡을 벗어날 즈음 눈길을 끌게 만들어..)

 

하산은 법수원을 거쳐 내려 오려는 생각이었지만 계곡을 계속 따라 내려오다보니

그 곳은 그만 지나치고 말았다.

대신에 올 봄에 처음으로 계곡산행도 하게되어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남는 하산길이 된 것 같다.

 

계곡을 벗어나니 보현사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아직 한시간은 더 가야 할 지점에서 덕계와 서창가는 길쪽으로 펼쳐진 조망을 감상하고 하산.

 

보현사는 아직도 불사가 한창인 것 같다.

 

이미 다 마셔버린 식수통에 집에가서 마실 약수를 가득 채우고 벤치에 앉아 한숨 돌리게 되었다.

조금 뻐근한 다리도 주무를겸 해서..

 

백동 마을 회관을 지나 도로 가까이오니 10분쯤 있다 아파트 앞에 노포동가는 차가 온다.

백동마을에서 노포동으로 가는 2000번과 또 다른 버스 한 대는 적자운행으로 노선이 폐지됐고

대신에 대동 아파트를 경유하는 247번 버스가 운행하는 모양이다.

 

.................................................................

 

 

올해 들어 다시 찾아본 천성산.

부산에서 가까운 근교산으로 양산에 숨어있는 천성산의 비경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지금까지 내가 가본 산 중에서 꼭 다시 찿고픈 산을 꼽으라면 반드시 선택할 山으로..!!

 

 

사진과 글 / 클라리넷